📍서울숲, 2023.06.17

420 x 594mm | 2023 Nikon Z50 | 66mm | F5 | 1/640s | ISO100 흐드러진 백합, 만발한 愛를 품은.
작가의 말
하나의 뿌리로부터 뻗어나와 성장하여 끝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일련의 삶을 살아내는 백합으로부터 인간의 두 가지의 본질을 봅니다. 그 첫 번째는 사랑입니다. 작품 속 피사체인 흰 백합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이 인간의 실존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감정이라고 여깁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일까요. 우리 존재의 증명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며, 이러한 인간은 사랑으로부터 태어나 끝없이 사랑을 염원하는 존재입니다. 두 번째는 죽음입니다. 장례식에서 쓰이는 꽃이기도 한 백합은 사랑의 의미를 품고 죽음을 애도하는데 쓰이는 꽃입니다. 또 향이 매우 강하기로 유명한 백합은, 이를 한 가득 채워 둔 밀폐된 공간에서 수면을 취하게 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속설이 있죠. 이 이야기 속에서 백합은 그가 가진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과는 다르게, 죽음이라는 다소 상반된 의미를 가진 꽃이 됩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유한한 생명을 가진 존재인 인간은 필연적으로 죽음으로 끝을 맞이하게 되는 존재입니다. 하나의 생이 활짝 피어 만개한 시기가 있고,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 아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있듯이 사랑에도 생과 같이 만개하는 순간이 있고, 어느 순간 사그라들어 흐릿한 사랑의 잔여만이 남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요. 사랑을 염원하던 인간이 죽고 나면 사랑도 죽음과 함께 죽게 될까요. 사랑의 죽음은 어떤 형태일까요. 사랑이 죽은 자리에는 어떤 것이 남게 될까요. 죽고 사라져 흐릿한 잔향만이 남은 존재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까요. 죽음과 사랑에는 끝없는 물음만이 남게 되는 것일까요. 작품에 담은 한 떨기의 흰 백합은 이 땅에 뿌리내려 사랑과 죽음을 그려내는 하나의 생이자, 생명의 본질입니다.
촬영 의도
<愛의 만발>의 경우에 활짝 핀 백합 한 송이를 있는 그대로 선명하고 깨끗하게 담아내어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死의 잔향>의 경우 다중노출 촬영을 통하여 아득하고도 흐릿한 죽음의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愛의 만발>과 <死의 잔향> 두 작품을 통해 사랑과 죽음이라는 개념을 연결성 있게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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